커피 중독의 시대


 엄마가 대학 들어올 때까지
 커피에 '커'자도 못꺼내게 하셨었다.

 커피는 커녕 커피향이 첨가된 어떤 음식도 손도 못대게 하셨다.
 나는 어찌나 말 잘듣는 딸이었는지 아니면 끔찍히 몸을 사리는 딸이었는지,
 '더위사냥' 커피맛 조차 입에 대지 않았다.

 대학교 들어와서도 한 잔도 못마시고 몇해를 보낸 것 같다.
 한동안 연하고 달달한 생크림 얹은 커피에 맛을 들였다가,
 
 드디어 블랙커피에 입문.
 ( 블랙커피에 맛을 들이면 다른 커피에 관심이 사라진다.
 여전히 몸사리느라 자주는 못마셨지만, 기회가 닿으면 불문하고 블랙 커피.) 

 처음에는 마시면 너무 잠이 안오길래, 자제 했지만
 맛보다도 그윽한 향기로 마셨다.
 카페에서 책읽는 게 너무 좋고.

 위가 고장나기 전까지는 '블랙 커피' 노래를 했지만
 의사선생님이 마시지 말라고 해서, 한참을 끊었다가!

 요즘 대학원 스트레스로 인해 다시, 손을 댄.
 그나마
 '바닐라 라테'
 
 우유 섞었으니 괜찮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것도 자주 마시니 중독인가보다.

 -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못마시면 '눈을 못뜨겠다.'
 직장에서 커피를 못마시면 '일을 못하겠다.'
 커피 없이 수업에 들어가면 '안들린다.'  등등
 
 커피없이 '안되는' 여자들이 많다.

 처음에는 '설마'했지만.
 요즘은 나도 카페인 중독인가. 싶을 정도.

 마음이 불안하거나, 걱정이 있거나,
 초초-할 때.

 "커피" 하며 종종 걸음을 치게 되었다.
 커피 한잔 마시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힘이 난달까?

 오늘에서야. 아. 나도 이제 '카페인에 힘을 빌리는' 그 수준이 된건가.

 슬퍼졌다.


 -

 오늘은 집에서 과제를 하다가
 커피 사러 일부러 나가기도 뭐하고

 우유에 커피를 타서 각종 레시피(?)로 막 섞었더니
 콩다방도 울고 갈.;;;
 환상의 맛이;;;

 그래서 두잔을 만들어 마셨다.

 하루에 커피 두잔은 처음인데.;;


 일단 잠이 안오니 과제 집중력에 좋긴한데
 아. 이 하이-된 심장 박동과 기분은 어찌할까.;;


 -
 
 엄마랑 산책을 하는데
 갑자기 커피 5잔이상 마시며 일하던 지인이 떠오르며.

 "엄마.
 나 오늘 커피 두잔 먹었는데, 완전 교감 신경에 불난 것 같아."

 엄마는 커피를 왜 그렇게 많이 마셨냐며 난리시다.

" 나는 요즘 커피 안마시면 너무 신경써서 머리 아프고 불안해.

그러고보면 요즘 사람들은
커피로 대충 연명하면서 사는 것 같아.

왠만한 우울증, 조울증, 이런 거는
그냥 줄 커피 이겨내고 있는 거 아닐까. 약대신에 말야."


-

카페인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흠.

난 아직 이렇게 약발(?)이 강하니
다행이면서도

내성이 생기기전에
끊어 두어야 겠다.

정말 약발이 필요할 때,
커피로 안되면 더 강한게(?) 필요할테니.


'커피를 부르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분들은 좀 커피를 마시지 마시고
교감신경이 좀 잠잠하게
여유롭고 너그럽게 사셨으면 좋겠다.

잉잉.







by 芝恩 | 2009/10/04 22:31 | la vi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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