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25(화) 92일전 / 새로운 것을 더 느낄 것인가 더 기록할 것인가.


 100일간의 기록이라도 제대로 하자라는 다짐이 무색하게도,
 또 다시 날짜만 등록해놓고 써두지 못한 글을 채워나가는 형식이 됐다. 그래도 그나마 이렇게 정리하고, 오늘 실시간으로 글을 적을 수 있게 되어 참 기쁘다. 25일자여야 하는 오늘의 글이 이미 26일 새벽 1시경에 작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우 만족스럽다.

 뉴욕에서 또 하나 얻은 것 중에 '새로운 것을 더 느낄 것인가, 새롭게 느낀 것을 더 기록할 것인가.'라는 주제가 있다.
 둘 다 놓칠 수 없이 중요한 것이기에 늘 갈등하게 된다. 뉴욕은 매일 새로운 일들이 우후죽순처럼 자라나고, 수많은 일들이 신기루처럼 나타났다가 없어지는 곳이다. 어제 일어났던 일이 정말 있었던 일인가 기억을 재차 상기하게 되고, 혹은 내가 참여하기로 계획해 놓았던 이벤트가 있는 날짜가 어느 순간 지나있어 멍하니 달력을 보다가, 그 아쉬움을 다 느껴낼 틈도 없이, 다시 수없이 날아들어오는 새로운 무언가에 온 정신이 팔려가 있다.   

 많은 여행을 경험하면서 기록해두지 않은 것들은 이내 미묘한 흔적만 남기고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잘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깨달음이 이번 여행에서 나를 기록으로부터 더욱 자유롭지 못하고 안달복달하게 만든 원인임도 잘 알고 있다. 첫번째 깨달음은 '소화할 수 있는만큼만 경험하라.'였는데, 그 다음으로는 '기록할 수 없을지라도 많이 경험하라.', '다 기록할 수 없다면 기록하지 말라.', '기억의 조각이라도 기록하라.', '기억의 복원이라도 기록하라.', '느껴낸 그 날, 그 때가 아니면 그대로 기록할 수 없다.'.. 등등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속에서 배회하고 있다.

 지금의 결론은 '괴롭지 않을만큼 기록하라.' 정도 인 것 같다.
 뉴욕에서 오는 비행기에서 쓴 메모 중에, '글을 많이 쓰자.'라는 내용이 있었다. 쓸데 없는 글도 좋고, 아무 생각이나 써도 좋으니 마치 글쓰기에 한이 맺힌 사람이 살풀이 하듯이 아무글이라도 많이 써보라는 스스로에 대한 격려였다. 아무 목적도 없이 아무 글이나 막, 많이 쓰는 것이다. 나를 참으로 자유롭게 해 줄 작업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누리고 있다. 그 다짐을 이 순간을.

 기록 된 것이든 (사실 기록된 것이 너무나 적고, 너무나 초라해서, 없느니만 못하다고 생각될만큼 터무니 없이 적다. 왜냐하면 나는 하나의 글을 쓰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뉴욕에서는 도저히 그렇게 공들여 생각과 글을 다듬을 시간이 없다. 자고 일어나서 해를 보고 금방 다시 밤이 오기 때문에.)
 기록되지 못한 것이든 여유롭고 자유롭게 향유하는 태도를 기르려고 노력하고 있다.

 얻는 것과 놓아주는 것.
 세상을 하나로, 우주를 하나로, 시공을 하나로 본다면,
 그 하나의 테두리 안에서
 그 둘은 서로가 구분된 것이 아니라 그 또한 하나인 것이기 때문이다.



 나와 더불어
 좋은 밤 보내시길.



   

by 芝恩 | 2008/11/26 15:31 | 스물여섯 뉴욕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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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junhalee at 2008/11/26 23:01
블로그가 다시 살아났군요.. ㅎㅎ
축하해요~ 행운을 빌어요~
Commented by 芝恩 at 2008/11/28 14:29

앗, 예상치 못했던 댓글이^-^

오늘 여기는 Thanks giving day였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
하며 매일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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