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평생에 하고 싶은 기도



" 권정생 선생님처럼 살게 해주세요."

라는 기도는

내가 평생에 하고 싶은 기도다.
그러나 아직은 할 수 없는 기도다.
그 한마디 말을 기도에 담을 수가 없어서 기도할 때마다 부끄러워지는 이름이다.

내가 죽기전에 그 기도를 할 수 있을까.

지하철에서
오늘 주보에 실린 권정생 선생님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되뇌이며
인생에서 기억될만한 나의 깊은 마음의 울림.

아. 내가 진정
나의 삶에서 따라야 할 선생님...

돌아가시기 전에 꼭 찾아뵙고 손을 한번 꼭 잡았어야 할 선생님...

'그렇게 살고 싶다.'고 말하기가
너무 두려울만큼 아름답게 사셨던 선생님...


나는 기도하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나님께서 작은 마음에도 아낌없이 일하신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작은 기도 하나, 하지를 못한다.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하기 싫어서...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많다.

숙제를 모르고 안해가는 학생은 마음이 편하지만
숙제를 알고, 숙제를 할 수도 있는데 -
매번 숙제를 안해가서 선생님의 마음을 피해다니는 학생처럼.

하나님의 마음을 피해 다니고 있는 나.

요즘은 너무나 뛰어난, 나의 능력을 보게 되면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은 큰 것이 아니었다. 아주 작은 일들의 합이기 때문에, 그 하나하나의 일들을 하기에는 나의 능력들이 너무나 뛰어나다. '할 수 없다.'는 말을 그 어디에도 붙일 수 없을만큼. 그간 내가 피해왔던 일들이 내가 '할 수 없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기 싫어서 안했던 것' 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는 잔인한 깨달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의 능력과, 하나님의 마음에 합당한 일을 하기 싫어하는 나의 마음 사이에서
치열하게 갈등하고 있다.


그 때마다 하나님은 나를 다그치시지 않고,
지긋이 나의 하는 말을 듣고 계신다.
그리고 묵묵히 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내가 스스로 나의 마음을 들여다 볼 때까지
듣고 계신다.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나님께서도 너무나 잘 알고 계실 것이다.

나의 마음이 안정을 찾으면 하나님께서 그제서야 하나님의 마음을 어느 방법으로든지
잔잔하게 들려주신다.

요 몇 주간 휘몰아쳤던 나의 격정의 고민들이 잠잠해질 때즈음,
오늘 설교말씀을 주시고,
내 마음의 오랜 스승이신 권정생 선생님을
집에 돌아오는 길, 지하철 안에서 상기시켜주셨다.

보아라. 네 마음이 원하는 일을.
보아라. 네가 어린시절 기도했던 아름다운 마음을.
보아라. 그렇게 살다간 네 스승의 삶을.

하나님은 이미 알고 계신다.
어른이 되어가는 내 마음이, 이미 어린시절의 기도와 반대로 누워있다는 걸을.
내가 더이상 어린시절의 그 기도를, 감히 하나님께 드릴 수 없음을.

그래도, 나의 마음을 포기하시지 않으셨음을.
두려운 감사함이다.



-


내가 따를 수 없을지라도
권정생 선생님께서 이 땅위에 살다가셔서
나에게 희망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나쁜 짓하며 사는 사람도
맑고 티없는 사람, 순수한 사람, 베풀다 간 사람을 좋아하듯이
나는 이율배반적이게 살면서도
권정생 선생님을 남몰래 동경하고, 남몰래 사랑한다.

사랑하면 닮아야하는데, 닮을 자신이 없어서
남몰래 그리워하고, 남몰래 사랑한다.

내 평생에 하고 싶은 기도.
' 권정생 선생님처럼 청빈하게 살면서, 평생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쓰면서 살다가 
이 세상 떠나는 날, 내가 세상에서 남길 수 있는 모든 것, 힘겹게 삶을 살아내는 모든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고 말하고
고요하고 평안하게 돌아가게 해주세요.'

아직은 할 수 없는 기도다.
그러나 소망하는 기도다.


오늘은 욕심이 많아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합니다.

' 언젠가 저 기도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라고.

하나님은 다그치시지 않으셨다.

그래. 그러자.
그 마음 조차도 아름답다. 지지해주시겠노라고.



연약한 인간이라는 핑계로
타락한 나의 모습이지만
그래도 아직 내마음 깊은 곳에
 
아이들과, 글과, 하나님 마음에 대한
소망이 남아있어서,
그 불씨가 꺼지지 않아서

한없이 부끄럽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감히 할 수 없는 기도,
떨리는 두손을 고이 모으고
마음 다해 할 수 있게 되는 날을 위해
기도하려한다.

하나님을 놓지 않으면
지금은 내가 아무리 발버둥치더라도
지금은 나의 마음이 얼룩져서 희망이 없어도

후에, 돌아보면 물흐르듯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할 날이 있으리라는,
그분에 대한 신뢰함이다.

by 芝恩 | 2009/03/08 23:50 | la vie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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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junhalee at 2009/03/09 00:00
So b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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